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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3 (1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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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한글공정’과 휴대전화 자판
[중앙일보] 입력 2011.01.15 00:04 / 수정 2011.01.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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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환
국가한글자판표준위원회 위원장중국조선어정보학회가 자국 내 중국동포가 사용할 ‘휴대전화 자판배열 표준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소식이 지난해 10월 국내에 전해지면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의 한글 입력 방식을 자체 개발해 국제 표준화하겠다는 이른바 ‘중국의 한글공정’은 국민정서를 크게 자극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따로 언문을 만들어 중국을 버리고 스스로 오랑캐와 같아지려고 하니 이는 가치 있는 것을 버리고 쓸모없는 것을 취하는 일이어서 문명의 큰 누를 끼치는 일이 아니겠느냐”며 훈민정음 반대 상소문을 올린 사건을 연상시켰다. 한글 종주국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표준화 역사는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전 세계 수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글 컴퓨터 사용자는 정부가 1982년 발표한 ‘컴퓨터 정보처리용 표준자판’을 사용하고 있다. 이 자판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그런데 뜬금없이 ‘한글공정’ 기사가 나오니 국민이나 정치권이 혼란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이 소동을 계기로 컴퓨터 교육에서 소외됐던 한글자판 교육,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 등의 이슈가 국민의 관심을 새삼 끌었다는 점은 예기치 않은 소득이었다.


 이제는 그동안 한글 자판 표준화 분야에서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차분하게 검토해봐야 할 때다. 정보처리용 자판의 표준화 사업은 50년대 타자기 시대부터 시작됐다. 69년 텔레타이프 2벌식 자판 풀어쓰기와 사무용 타자기 자판 4벌식에 관한 표준화법이 공포돼 표준화 역사에 초석을 놓으며 발전해왔다.

논란이 된 모바일 휴대전화 한글 자판은 80년대의 컴퓨터 키보드처럼 삼성전자의 ‘천지인’이나 LG전자의 ‘나랏글’ 모델이 시장원리에 의한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s)’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2005년 11월 표준화 기회를 늦출 경우 산업화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문자배열 표준화에 관한 각종 연구를 수행했다. 2009년 11월에는 한글자판표준기술위원회가 구성되고 평가지표도 완성했다.

 이렇듯 정보처리용 자판의 표준화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한글 입력 키패드에서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배열방법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의한 사실상 표준’이 된 시장점유율을 무시하는 것은 산업화에 역기능을 초래하므로 복수표준이 바람직한 게 현실이다.

얼마 전 천지인 모델의 개발자가 특허를 포기하고 국가에 헌납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휴대전화 한글 자판의 국가표준화에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표준화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이어지기가 용이하고 한글 종주국의 자존심도 지켜줄 수 있다고 본다.

조석환 국가한글자판표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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