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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6 (00:43:25)
# 원본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25/2010102502351.html

[기고] '한글 동북공정'을 거꾸로 생각하자곽경 한글미등록발음등록추진회 홍보위원·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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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0.25 23:31

▲ 곽경 한글미등록발음등록추진회 홍보위원·건축사 지난 한글날을 즈음해 중국 정부가 스마트폰·태블릿 PC와 컴퓨터 키보드용 한글 입력 등의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을 위해 표준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보도가 나가자 우리 네티즌들은 중국의 표준화 시도에 대해 한글의 '동북공정'이라며 분노했고, 정치권과 정부도 한목소리로 한글 입력 방식의 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KT 등 국내 기업들은 휴대폰 한글 입력 방식의 특허를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의 한글 입력 표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한글 표준화 시도를 '한글의 동북공정'이라든지, 우리 것을 강탈하려 한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으로 중국을 성토하는 것은 무언가를 빠트린 것이란 생각이다. 중국정부가 자국의 언어정책의 일환으로 소수민족인 조선족과 자국에 필요한 한글 표기체계와 키보드 표준자판을 만들어도 이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미리 표준안을 만들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한 우리 정부 관련부서의 책임이지, 중국에만 비난을 퍼부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문화혁명 때 끊어진 유교의 복원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은 우리 성균관의 전통적인 제사의식과 콘텐츠를 배우고 수집하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자의 사상이나 한자, 사기(史記), 이태백이나 두보의 시, 삼국지 등은 결코 중국인들만의 문화유산이 아니다. 당나라 때 고구려 유민 출신의 장수 고선지, 여진 출신의 장군 이광필, 거란 출신의 장수 설인귀 등으로 수없이 많은 이민족 출신자들이 중국의 정통 역사서에 주인공으로 기록되었다.

신라 출신의 최치원은 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가 활동하였던 계림 일대에 동상이 세워지고 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문화유산은 어느 한 국가가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적 감정으로 독점할 수도 없고, 독점해서도 안 된다. 중국에서 우수한 한글 자판을 표준화하여 보급한다 해도 무조건 분노하고 막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역대 중국 왕조로부터 주변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대우를 받은 것은 문화적인 경쟁에서 중국에 뒤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의 창제나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그 이전의 우수한 목판 인쇄술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한글에 관심이 있거나 한글을 연구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매우 많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창제 때부터 중국어 표기를 깊게 연구해 왔다. 거꾸로 중국에서 한글을 연구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중국어 인구와 문화적 유대관계를 감안해 중국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중국어의 한글 표기를 정부 차원에서 연구해 선점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처럼 은밀하게, 장기적으로 이를 미리 대비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영어 하나로 벌어들이는 돈이 영국 국가 전체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듯이 우리도 문화유산, 문화적 재산이란 측면에서 한글의 세계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중국어 표기의 표준화를 선점해 알파벳 대신 한글로 중국어를 표기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게 만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때는 거꾸로 중국인들이 '한국이 중국의 글자를 빼앗아갔다'고 규탄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문자 정책이 가야 할 길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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