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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626억짜리 `김기사` M&A 성공시킨 박종환 록앤올 대표
배경 없는 지방대생들을 위한 `희망찬가`
‘김기사` 이제는 중국·일본을 누빌겁니다
기사입력 2015.05.29 15:53:18 | 최종수정 2015.05.29 19: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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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대표님. 저는 부산의 모 대학에 다니는 A라고 합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김기사를 다음카카오에 626억원에 매각하셨다는 소식은 저처럼 부산에 있는 대학생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 카이스트 출신만이 좋은 영광을 누리는 줄 알았는데 박 대표님이 해내는 것을 보고 저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계속 정진하셔서 지방에서 창업의 꿈을 꾸는 대학생들에게 용기를 주세요."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 박종환 대표(43)는 다음카카오에 매각이 발표되고 하루가 지난 20일 페이스북(facebook.com/leon0070)으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안면이 없는 학생이었다. A씨는 박 대표의 페이스북을 검색해 메시지를 남겼다. 박 대표는 '626억원 창업 대박' 소식 이후 "부럽다. 대단하다"는 반응보다 "(지방의 학생에게) 희망을 줬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겼다"는 메시지가 답지한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그는 "다음카카오는 독립 경영을 약속했습니다. 이번에 매각 대금의 절반을 주식으로 받았어요. 회사를 더 키워서 가치를 올려야 진정한 대박이 나지 않겠습니까. 이제 시작이에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스토리가 '1950·60년대 맨손으로 창업한 기업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모바일 창업 성공 스토리는 '외국 유명 대학 출신'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MBA를 마쳤다' '서울대 동아리 출신' '굴지의 대기업을 뛰쳐나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알고 보니) 유력자의 자식' 등의 단어를 벗어날 수 없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스펙이 인맥을 만들어 사업 성공과 투자 회수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좋은 배경과 외국 대학 출신'은 지금도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 같은 단어와 거리가 멀다. 부산 동아대(학사)를 나와 졸업할 때쯤 IMF 외환위기를 맞아 취업이 안 됐고 대학원(부산대)에 갔으며, 서울에는 29세 때인 1999년 처음 올라왔다. 그가 생각한 꿈의 직장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이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삼성이나 SK텔레콤은 어렵다고 보고 은행에 들어가려고도 했다. 만일 그가 졸업 후 바로 은행에 취업했다면 회사를 다음카카오에 626억원에 매각한 내비게이션 벤처 대표가 아니라 전공(컴퓨터공학과)을 봤을 때 은행권 IT 업무를 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는 "외환위기 때문에 소나기를 피하듯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그때 김기사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신명진 부사장(CTO)을 만났죠. 서울엔 대학원을 졸업하고 처음 올라왔어요. 주변 창업자 중에 대학과 대학원도 부산에서 마치고 첫 직장을 서울에서 잡아 시작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대학 때 서울로 올라오잖아요. 그래서인지 고향인 부산 등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에게서 성원하는 메시지가 답지하고 있습니다. '서울 가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을 아직 하고 있거든요. 지방에서 창업해서 성공하기란 더욱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인수·합병이 개인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아서 무엇보다 뿌듯했습니다"고 말했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방에 창문도 없는 창신동 쪽방촌에 1년 넘게 살았고, 그나마 옮긴 곳도 화곡동 환락가였다. 첫 직장은 굴지의 통신사 KT가 아닌 KT 자회사 KTIT란 회사였고, 여기서 옮긴 회사는 '포인트아이'라는 위치 기반 기술 전문 벤처였다. 

기술 전문 벤처에 입사한 이후 10년간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서 내비게이션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터득할 수 있었고 이는 '김기사'를 창업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그가 30대를 바쳤던 포인트아이는 승승장구했다. 당시 KTF 서비스로 인기를 모았던 '친구찾기' 서비스를 개발했고 일반 휴대폰용 내비게이션 시장을 선도한 '케이웨이즈'도 크게 주목받아 코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2007~2008년 '애플 아이폰, 앱스토어 등장'이라는 쇼크가 왔다. 휴대폰 분야의 IMF였다. 유료였던 모바일 서비스가 모두 무료로 풀렸다. 이용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이동통신사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안주하던 업체들에 '아이폰'은 모든 것을 바꾸는 IMF와 같은 의미였다. 그가 있었던 포인트아이는 결국 우회 상장을 추진하던 업체에 매각됐다. 

박 대표는 이때 포인트아이에서 근무하던 '평생 동지' 김원태 현 록앤올 공동 대표, 신명진 부사장과 함께 창업해서 무료 내비게이션을 만들자고 결심한다. 위치정보 서비스는 모바일의 최고 수익 사업 중 하나라는 확신도 있었고 박 대표와 김 대표, 신 부사장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이었다. 

퇴직금 각각 5000만원을 투자해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2010년 록앤올을 창업했다. 기술도 있고 실력도, 노하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배경(백)'은 없었다. 밴처캐피털을 찾아갔지만 투자받는 데는 실패했다. 

박 대표는 "너무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아예 투자를 받지 말자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식'으로 보면 김기사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당시 크고 작은 내비게이션 업체만 300개가 있었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도 SK텔레콤의 T맵과 KT의 올레 내비가 존재했다. 글로벌 경쟁상대는 구글과 애플이었다. 촌놈 3명이 아무리 힘내 싸워 봐야 버거워 보이는 상대들. 

김기사를 문전박대한 밴처캐피털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도 "기존 강자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란 것이었다. 

창업 7개월 만에 자본금이 모두 소진됐다. 2011년 초 거의 무일푼 상태에서 기술보증보험을 통해 투자받은 것이 아니라 돈을 빌렸다. 빌린 돈도 떨어져 갈 때 창업 2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투자를 받게 됐다. 사석에서 만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김기사를 눈여겨보고 투자를 소개해줬다. 투자를 받아 기존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을 줬고 인재를 뽑을 수 있었다. 이 인연은 계속 이어져 결국 다음카카오가 김기사를 인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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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를 인수하려던 회사는 다음카카오가 처음은 아니었다. 김기사가 '정확하고 빠르다'는 입소문을 타고 1000만 다운로드를 넘었고 월 이용자도 200만명을 넘자 SK플래닛, 네이버 등에서도 인수를 타진했다. 네이버는 특히 김기사의 초기 투자사 중 하나였다. 다음카카오는 가장 마지막에 협상했으며 인수·합병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한 것도 지난 3월 이후였다. 

김기사가 어필한 이유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교통정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교통 흐름을 분석해 1분 단위의 빠르고 정확한 길 안내를 제공한다는 장점 때문이다. 경쟁사는 교통정보를 기반으로 5분 단위로 갱신하지만 김기사는 이용자 간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있다. 또 특정 통신사에 종속되지 않고 이용자 폭도 20대부터 50대까지 넓으며 이용자가 많아지면 정확도가 갈수록 높아진다. 

박 대표는 '김기사'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다. 일본과 중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중국에서도 김기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료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먹힌다면 기업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박 대표는 '지분 전량 매각'을 선택했다. 현금으로 50%를 받았고 다음카카오 주식을 50% 받았다. 공동 창업자 3명이 각각 약 50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고 직원들에게도 고생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었다. 

왜 이 순간 지분 매각을 선택했을까? 일반인들이 보면 626억원은 큰돈이다. 하지만 창업가 기준으로 보면 섣부른 매각일 수도 있다. 특히 '돈'을 따진다면 다음카카오에 매각하는 것보다 회사를 더 키워서 중국 등 외국 업체에 매각하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결단의 이유로 '비전'을 꼽았다. 그는 "다음카카오가 설계하는 비전이 김기사와 같았어요.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각 협상을 한 사람들은 이석우 대표 등이 아니었습니다. 실무진들과 대화했습니다. 골프로 말하자면 방향성이 같았죠. 지금 혼자 하는 것보다 다음카카오가 가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비전과 함께 해서 대한민국의 교통, 물류 등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국민이 모바일을 통해 더 편리한 삶을 누릴 기회를 같이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김기사의 626억원은 또 다른 시드머니(종잣돈)인 셈이다. 

■ 다음카카오 품에 안긴 김기사 미래는?
카카오페이와 접목 결제까지…여행서비스 새 시장을 열겠다
 

다음카카오는 김기사를 인수하며 독립 경영을 약속했다. 실제 다음카카오는 김기사 인수·합병을 발표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는 데 내비게이션 등 교통 관련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김기사의 방대한 교통정보 및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다음카카오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보고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카카오의 서비스에 편입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 경영 및 서비스를 통해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다음카카오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에서 카카오택시에 이어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교통정보와 지도를 중심으로 하는 O2O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기사도 아직 할 일이 많다. 내비게이션 특성상 맛집, 여행지 등 정보가 많다. 김기사를 통해 맛집과 관광지 안내 서비스를 하고 추후 김기사 앱을 통해 예약 및 결제까지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가 접목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됐다. 

김기사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시장을 위주로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일본은 이미 시범 서비스를 하고 유료 마켓 'AU스마트패스'에 입점하는 등 본격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일 관계 경색으로 김기사의 일본 진출은 양국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 진출은 오래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서비스였다. 

김기사는 다음카카오가 '내비게이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할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신저'와 '게임' 외에는 해외에 내놓을 서비스가 없는 다음카카오에 '내비와 지도'는 제3의 아이템이 될 수 있다. 

■ He is … 

△동아대 컴퓨터공학과 학사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석사 △1999년 KTIT 입사 △2001년 포인트아이 입사 △2010년 5월 록앤올(김기사) 창업 △2015년 5월 다음카카오 100% 자회사로 편입 

[손재권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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