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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7 (09: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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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 사장님의 뒤늦은 후회

입력: 2012-02-26 17:35 / 수정: 2012-02-27 08:53
창업 오디세이…실패에서 배운다 - 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창업자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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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아이러브스쿨이라는 기업이 있었다. 1999년 한국 최초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표방하며 1년 만에 500만명의 회원을 모았던 기업이다. 창업자 김영삼 씨(45·사진)는 당대 최고로 촉망받던 벤처기업가였다. 그랬던 그가 2001년 모든 것을 잃고 수십억원의 빚을 떠안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벤처기업 100개 중 성공하는 기업은 1개’라는 속설처럼 대부분 벤처는 성공보다는 실패의 길을 걸어간다. 세계 최초로 4D(4차원) 테마파크를 조성한 것으로 이름난 한 벤처기업인도 얼마전 비극적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실패의 기록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스마트·모바일 시대의 도래로 벤처 열풍이 다시 일고 정부까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이유로 창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창업의 고단함과 위험성을 고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신기루 같은 몇몇 성공 스토리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전 대표는 사업 실패 후 11년 만에 언론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친구와 가정, 자존심과 명예까지 다 잃은 마당에 무슨 염치로 인터뷰를 하겠느냐”면서도 “다만 후배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 얘기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창업은 필패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KAIST 경영정보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그는 단돈 150만원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초·중·고교 동창들을 연결시켜 주는 신개념 서비스를 앞세워 아이러브스쿨을 세계 인터넷 사이트 3위에 올려 놓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성공을 ‘관리’할 만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게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자고 일어나면 회원이 몇만, 몇십만명씩 불어났어요. 그렇게 갑자기 다가온 성공에 취해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었어요.”

김 전 대표가 곤경에 처한 것은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2001년 보유 지분을 금양에 넘긴 뒤 160억원에 달하는 주식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 것. 미납한 주식 양도세에 연체이자 등이 불어나면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업 실패의 표면적인 이유는 사기였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람과 돈, 경영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전 대표의 뼈저린 후회다. 회사가 갑자기 커져 운영자금과 새로운 인력을 수혈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차라리 회사를 팔아치우자는 유혹에 흔들린 것이 결정타였다는 설명이다.

“돌이켜보면 저는 천둥벌거숭이였어요. 경영이 뭔지 몰랐고 사람을 볼 줄도 몰랐어요. 그 대가는 너무 참담했습니다.”

◆ "자금 급해 과도한 지분 넘긴 게 실책"

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창업자를 만난 곳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한 법무법인 사무실이었다. 그는 2001년 금양에 아이러브스쿨 지분을 매각한 뒤 대금을 받지 못해 10년이 넘는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 금양 전 대표이사였던 정현철 씨를 상대로 주식매각대금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아직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래 창업에 뜻이 있었습니까.

“KAIST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같은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만들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인맥은 학연이 최고인데 그걸 안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료들과 150만원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죠.”

창업자금은 얼마나 들었습니까.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전화요금을 낼 돈이 없더군요. 마침 1999년 말에 금양이 찾아왔어요. 지분 40%를 줄테니 10억원만 투자해 달라고 했죠. ”

너무 많은 지분을 넘긴 것 아닌가요.

“돈이 급해서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죠. 저는 30% 남짓 되는 지분이 있었고 다른 창업자와 직원 등 우호지분을 합치면 60%가량 됐어요. 별 문제 없을 거라고 봤어요. 제가 너무 경영을 몰랐던 거죠.”

금양 투자 후에도 자금 문제가 계속 있었죠.

“금양이 투자하고 5개월 정도 지나 회원 25만명을 돌파했어요.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 추가 투자가 필요해 금양을 찾아갔는데 거절하더군요. 회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서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때 야후가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야후는 어떤 조건을 제시했나요.

“회원 수가 450만명 정도였는데 야후가 회사가치를 500억원으로 했죠. 그런데 그때 금양의 태도가 변했어요. 경영권을 보장하고 야후와 같은 기준으로 투자한다는 거였어요.”

야후가 아닌 금양을 택한 이유는.

“그때까지 제가 아이러브스쿨의 실질적인 최고경영자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대주주 금양이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는데 너무 현실을 몰랐죠. 게다가 금양 전 대표가 아이러브스쿨을 다른 회사에 넘기고 해외로 나가면서 대금마저 못 받는 상황이 생겼어요.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런데도 주식매각에 따른 세금은 부과되더군요. 이걸 못 내 신용불량자가 됐어요.”

벤처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공에 대비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명확한 비전과 실무지식도 갖춰놓아야 합니다. 그런 게 없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오는 좋은 기회들을 다 놓칩니다.”

임원기/윤희은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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