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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글공정' 때문에 휴대폰 한글자판표준화 서두른다?출처 : '한글공정' 때문에 휴대폰 한글자판표준화 서두른다? - 오마이뉴스
[주장] '중국 한글공정'은 실체 없는 소문...공정하고 투명한 과정 거쳐야

11.03.17 13:29 ㅣ최종 업데이트 11.03.17 13:29  이승우 (handolcode)  

한글자판, 천지인한글, 한돌코드, 문자입력, 한글입력

▲ 2009년 출시된 주요 휴대폰들. 왼쪽부터 애플 아이폰, 삼성 T옴니아2, 블랙베리, 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 LG 초콜릿폰.  
ⓒ 김시연  휴대폰

15년 간 지지부진하던 '휴대폰 한글자판 표준화'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끌어왔던 '일'을 이렇듯 급작스럽게 진행하는 명분이 '한글공정' 때문이란다. 하지만, 나는 이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선 '한글공정'이란 용어가 얼마나 부적절한 것인지, 또 '한글자판 표준화'가 얼마나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먼저 밝히는 것이 좋겠다. 나는 1인 기업인 '한돌정보'의 대표다. 나는 1996년 9월, 전화기 한글자판 표준화를 추진하던 한국통신기술협회에 표준안을 제안해 참여한 후 현재까지 진행된 많은 표준화 회의와 토론에 참여했다. 또 한글입력방식인 '한돌코드'를 개발해 1999년과 2003년 표준화 위원회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먼저 지난 8일, 많은 언론들은 휴대폰 한글자판 표준화와 관련된 기사들을 일제히 실었다. 언론들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 등 업계들이 "일반 휴대전화(피쳐폰)는 삼성전자의 '천지인'을, 스마트폰은 천지인과 LG의 '나랏글', 팬택의 'SKY' 등 3가지 입력방식을 모두 한글자판 국가표준으로 하자"고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이 이러한 기사를 내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실체도 없는 '한글공정'이란 말, 부적절하다

①중국의 한글공정 추진

②국내 한글자판 표준을 선정하기 위해 천지인 특허권자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 특허권을 '기증'했다.

③피처폰에는 천지인, 스마트폰에는 3개의 입력방식이 복수표준으로 '결정'되었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3가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렇게 알려진 사실과 보도내용들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첫째, '한글공정'은 중국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한글입력방식을 자체 개발해 국제표준화 시켜려 한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생긴 신조어다. 하지만 '한글공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건, 진정성 있는 문제제기라 할 수 있는 '동북공정' 비판의 정당성마저 훼손할 우려가 있다.

'한글공정'이 어떤 유형적인 실체가 없음은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부당국에서 중국의 관련 부처에 문의를 한 결과 확인된 바 있다. 또 '한글공정'이란 신조어가 나올 때마다 그 근거인마냥 인터뷰 글이 게재되었던 중국 조선어정보학회 현룡운 회장도 지난 10일  관련 학회와 주변의 지인들에게 보낸 '우리의 공동자원인 한글 정보기술 국제표준화를 위한 긴급 제안과 권고'라는 글에서 '한글공정'이란 신조어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한글입력방식 표준은 한글로 의사소통을 하는 상호간의 규약을 정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한글로 의사 소통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은 5천만의 한국, 그 다음이 북한, 그 다음이 2백만의 조선족이 있는 중국이다. 표준의 문제는 '어떠한 표준'이 널리 쓰이느냐의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영문입력방식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T9 입력방식이 ITU-T(국제전기통신연합)에 표준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널리 쓰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국내에도 이미 'KCS44'라는 전화기 한글입력방식 공식표준이 존재하고 있지만 사용되고 있지 않아서, 문서상의 표준으로만 존재한다.

기본탑재할 게 아니라 '마켓&앱'에 올려라



  
  
▲ 휴대폰 입력방식비교 한글 풀어쓰기 형태로 입력되는 한돌코드와 변환방식으로 입력되는 방식과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 이승우  한글자판

둘째, 관련 업계에서 특허권을 '기증'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언론 보도에 나온 것처럼 국내 3사 스마트폰에 각사 3개의 자판을 기본으로 탑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증'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아무리 삼성과 LG, 팬택이 국내 휴대폰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3사에서 제조한 휴대폰에만 한정해 한글자판을 기본으로 탑재한다는 건 '기증'으로 볼 수 없다.

더구나 최근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글표준화 작업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일자 <경향신문> '스마트폰 한글자판 통일계획 무산'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최근 수요가 떨어지는 피처폰의 경우 '천지인'으로 통일하는 데 순순히 응했다"며 "그러나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여러 자판을 선택해 쓸 수 있는 점을 들어 각사가 가진 한글자판 특허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의가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셋째, '피처폰에는 천지인한글, 스마트폰에는 3개의 입력방식이 복수표준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아니고 '정부 관련부처의 주선으로 주요업체가 이렇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국내 3사의 스마트폰에는 3개의 한글자판을 기본탑재하고 외국산 단말기는 협의하여 진행한다는 것은 제 2의 위피 장벽,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든 국내 단말기와는 다른 진입장벽을 만들고 국내 사용자들에게 외국산 단말기가 낯설게 받아들여지도록 하고자 하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위피의 장벽이 결론적으로 국내 사용자들에게 어떤 불이익과 불편을 끼쳤는지, 뒤늦게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무엇 때문에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이 그렇게 환호했는지를 진정 모른단 말인가?

안드로이드 마켓에 한글자판 앱을 등록시켜 놓으면 외국산 단말기든지 국내산 단말기든지 상관없이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어렵게 국내 3사만 기본탑재하고 외국산 단말기는 협의하여 진행한다니….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18일 한글자판표준화 공청회, 요식행위 안 되길 빈다

나는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 진행된 4년 여의 한글자판 표준화위원회에 제안자로 참여하면서 표준화 추진과 관련하여 투명성과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진행중인 표준화 논의에서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내팽개쳐지고 부적절한 근거에 따라 무조건 빨리 진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론이 호도되고 있다.

지난 1일 <전자신문>은 방통위 관계자가 "1단계 표준화를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한 후, 내년 표준화 전략포럼 지원대상을 선정, 운영하면서 2012년 상반기에는 미래형 한글 문자판 표준안을 도출하는 2단계 표준화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1년 후에 재개정할 표준을 정한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판단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휴대폰 한글입력방식은 비단 휴대폰의 문자입력 도구로만 한정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12개 버튼에 한글 자모음 배치가 확정되면 이를 이용한 초성자음 연결서비스(WINC), 스마트TV, PC 리모컨 문자입력, 12 key 신호값 동작인식(음성인식) 문자입력, 장애인의 정보접근성 향상, 한글수화, 한글점자, 모르스 부호(재난통신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 입력기술이자 한글정보화와 디지털화를 견인할 소통의 도구다.  


한글자판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는 관계당국에 엄중히 요청한다. '한글공정'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와 특허권 '기증'이라는 거짓 말잔치로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표준화를 추진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관련 학회와 여러 제안자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귀 기울여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시정하기를 바란다.

그러한 의미에서 18일 오후 3시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하는 휴대폰 한글자판 표준화 공청회가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행해지는 요식적인 절차가 아니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의 얼이자 자랑인 한글을 한글답게 사용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선조들로부터 우수한 한글이라는 자산을 상속받은 지금 이 땅의 우리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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