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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레노버, 모토롤라 인수 삼성·애플 스마트폰 양강체제 흔드나

등록 : 2014.02.02 20:54 수정 : 2014.02.02 21:49 

 

레노버 시장점유율 3위 ‘껑충’
브랜드 이미지·기술력 높이면
저가 스마트폰 시장 격변 예고

중국 레노버는 2005년 아이비엠(IBM)의 개인용컴퓨터(PC)사업부를 인수했다. 당시 저가형 노트북이나 팔던 중국 회사가 아이비엠의 주요 사업을 인수한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레노버의 아이비엠 피시사업부 인수는 ‘신의 한수’가 됐다. 노트북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싱크패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레노버는 브랜드 파워와 전세계 유통망 등을 갖출 수 있게 됐고, 2011년 델을 제치고 세계 2위 피시업체에 올라선 데 이어 2012년에는 휴렛팩커드(HP)까지 제치고 1위로 우뚝 섰다.

 

레노버가 이번에는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을 인수했다. 피시 시장에서와 같은 파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레노버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29억1000만달러(3조1000억원)를 주고, 구글이 가져갔던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2011년 125억달러를 내고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야심차게 스마트폰 제조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으나 3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 인수 뒤 계속되는 적자에다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와 마찰까지 빚게 되자 구글이 모토로라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 전문지 <리코드>는 최근 삼성전자와 구글 사이에 이뤄진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도 구글이 모토로라를 포기한 덕분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을 품에 안으면서 바로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업체로 뛰어올랐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2013년 레노버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4.6%로 5위에 그쳤다. 하지만 모토로라(1.6% 추정)를 합치면 6.2%로 높아지면서 순위도 3위로 오른다. 그동안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화웨이(5.1%)와 엘지전자(4.8%)를 순식간에 멀찍히 떨쳐버리게 된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휴대전화사업 인수가 아이비엠 인수의 속편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레노버의 최고경영자 양위엔칭 회장은 <포춘>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피시 사업에서 아이비엠을 인수한 성공 사례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 우리(레노버와 모토로라)는 완벽한 대체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레노버의 부족한 휴대전화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망을 모토로라가 보완해주는 동시에,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에는 자본과 인력이 투자될 수 있다. 미국의 정보통신 전문지 <씨넷>은 ‘구글-레노버-모토로라 계약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애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구글은 다시 안드로이드 시스템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고, 애플이 적극 공략하려던 중국 시장에서 레노버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져 애플에는 매우 불리하며, 동시에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매우 유리한 계약”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우선 엘지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5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중국산 저가 휴대전화의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강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시장이 급격히 포화 상태로 가면서 중저가폰 업체들이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레노버·샤오미·지티이(ZTE) 같은 중국 업체들이 강력한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국내 한 휴대전화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들의 품질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저가형 시장에서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단일 시장으로서는 가장 큰 중국시장 점유율에도 레노버의 이번 계약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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